신인 광고모델 후덕죽 — 장인의 두 번째 인생
한때 그는 불 앞에 서는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불과 시간을 다루는 사람이었다. 수십 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맛의 균형을 연구했고, 손끝의 감각으로 계절을 접시에 담아냈다. 신라호텔 주방에서 시작해 마침내 임원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 후덕죽. 그의 이름은 단순한 요리사를 넘어 ‘브랜드’ 그 자체였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지만, 결코 가벼운 무게는 아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호텔 주방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단순한 실력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반복과 절제,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준과의 싸움. 그는 그 긴 시간을 견디며 결국 조직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누군가는 그것을 성공이라 부른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가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최근 후덕죽은 외식업 광고 모델로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보면 낯선 행보다. 평생 주방 안에서 완성도를 추구하던 사람이, 이제는 대중 앞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확장에 가깝다.
그가 걸어온 길은 결국 ‘맛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다만 그 방식이 접시 위에서 화면 속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특히 그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이미지 소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후덕죽이라는 이름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신뢰가 담겨 있다. 그 신뢰는 광고라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와 연결된다. 이는 요리사 개인의 변신을 넘어, 외식 산업이 장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는 이제야 진짜 ‘자신의 이름’을 요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은퇴 이후를 정리의 시간이라 말한다. 하지만 후덕죽에게 제2의 인생은 정리가 아니라 재구성이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 다만 그 재료가 경험과 명성, 그리고 대중과의 거리감일 뿐이다.
불 앞을 떠난 장인은 이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여전히, 설득하고 있다.
